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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돌아가는 이야기

열살 소녀의 '아름다운 후원'...베체트병 앓는 전민주양

안녕하세요.빵점아빠입니다.

세상에 찌들어살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하기 힘든 일..바로 '봉사,후원'이라는 겁니다.

대부분이 '지금도 먹고살기 힘든데 내가 누굴 도와...?'라는 생각들..저또한 마찬가지지요.

진짜 말그대로 아름다운 열살 소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 전해드리려합니다.

 

 

열살 소녀의 '아름다운 후원'...베체트병 앓는 전민주양

 

 

<열살 소녀의 '전민주'양이 어머니와 함께 수혁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네요>

 

 

 

ㆍ베체트병 앓는 전민주양

 

전민주양(10)은 고통과 친하다. 희귀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 때문이다.

잠시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염증은 피부, 혈관, 관절을 지나 장기까지 파고든다.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바닥을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아프다. 혈뇨가 나오고, 힘이 빠져나간다. 독한 약 때문에 소화기관은 망가진다. 민주의 엄마도, 두 언니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베체트병은 완치가 어렵다.

그런 민주에게 고통과 함께 수혁(가명·1)이가 찾아왔다. 지난 6월 초 민주는 또다시 찾아온 통증에 정신을 잃었다.

한참 뒤 ‘꺄르륵’ 하는 아기 웃음소리에 깬 민주의 눈에는 환자복을 입은 수혁이가 보였다. 수혁이는 뇌수종을 앓고 있어 또래 아기들보다 머리가 컸다. 머리는 수술 때 심어진 관의 흔적으로 볼록했다. 스스로 앉지도, 기지도 못했다.

 

▲ 병원서 ‘뇌수종’ 고아 만나

 

기초생활수급자 집안에도 월 2만원 후원하기 위해 헌옷 수거 아르바이트까지 민주는 수혁이가 “천사 같다”고 생각했다. 옆 침대에 누워 있던 수혁이는 몸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민주를 보려고 애썼다. 수혁이는 민주만 보면 웃었다. 민주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수혁이의 웃음은 ‘뻥뻥’ 터졌다. 민주는 그런 수혁이에게 ‘뻥뻥’ 크게 웃는다며 ‘뻥수’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민주와 수혁이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병실에서 그렇게 처음 만났다.

“왜 수혁이 엄마는 안 와?”

민주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병실에서 수혁이를 계속 돌보는 것이 이상했다. 수혁이를 돌본 사람은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의 간호사였다. 수혁이는 고아다. 수혁이의 생모는 지난해 20살의 나이에 수혁이를 낳았고, 감당하지 못해 동방사회복지회에 맡겼다. 민주는 아빠가 없다. 민주가 3살 때 아빠는 집을 떠났다. 민주의 둘째 언니가 많이 아플 때였다.

둘은 병실에서 1주일을 함께 지냈다. 이후 수혁이는 동방사회복지회로, 민주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둘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퇴원한 민주는 둘째 언니가 하던 헌 옷 수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둘째 언니가 고3이 되면서 그만둔 일이었다. 교회 목사님과 외할머니가 종종 주는 용돈도 모았다. 수혁이를 돕기 위해서다.

지난 6월12일 민주는 “아픈 수혁이를 후원하고 싶다”며 동방사회복지회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금액을 고민하던 민주는 전화를 받은 동방사회복지회 활동가에게 “월 2만원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는 엄마에게 “3만원씩 하면 내가 금방 그만둬야 할 수도 있으니까, 월 2만원으로 오랫동안 돕고 싶어. 내가 후원하다가 안 하면 수혁이가 힘들어지잖아”라고 말했다. 민주는 종종 수혁이를 만나기 위해 동방사회복지회를 찾고 있다.

민주네는 기초생활수급비 월 100만원 정도로 생활한다. 엄마는 몸이 아파 부업 외에는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급비를 아껴 동방사회복지회, 월드비전 등 3곳과 나눈다. 민주의 둘째 언니는 동네 요양원에서 수년간 봉사활동을 해왔고, 간호사가 돼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돕는 것이 꿈이다. 민주 엄마는 장기기증을 약속한 상태다.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만난 민주는 수혁이에 대해 묻자 눈물만 흘렸다.

“최근 수혁이가 위탁가정에 입양됐다”고 전하자 밝은 표정으로 바뀌는가 쉽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위탁가정은 입양 전에 일정 기간을 길러주는 곳이다.

민주는 “나는 엄마라도 있는데 수혁이한테는 그것도 없잖아요. 수혁이가 외국 말고 우리나라에서 좋은 엄마아빠 만났으면 좋겠어요”라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경향신문 2013년 10월28일자 펌.-